'둥근마을'을 아시나요? 30년전 오래된 추억... 상식

원곡동이라고 한자로 쓰던 '둥근마을'은 지금의 서초구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뒷쪽 미도아파트 인근의 명칭이었다.
야트막한 야산의 모퉁이에 둥글게 이어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둥근마을'...
그래서 30년전 내가 다니던 학교도 둥근마을 국민학교 즉 '원촌' 국민학교였다.

학교이름이 '둥근마을'이라는 의미라는 걸 알게된 것은 아주 한참 후였다.
80년대 초반 당시 국민학교를 다니고 있던 우리들에게 '둥근마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80년대 초반 강남 고속터미널 인근의 사진(출처 : http://www.encyber.com)이다. 내가 다니던 원촌 국민학교는 사진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아파트단지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고 사진의 왼쪽 아래에 보이는 산아래 집들 주변이 '둥근마을'이다.

강남이 한창 개발중이던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허허벌판이던 강남에 으리으리한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서고 성냥갑같은 아파트들이 줄줄이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우리는 허허벌판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도 아파트 말고도 마을은 있었고 그 마을중 한곳, 지금의 서초구 반포동에 있던 마을의 이름이 바로 '둥근마을'이었다.

'둥근마을'의 아이들은 새로 생긴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학교에 아파트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기억컨데... 한반에 두세명 정도씩은 아파트 단지 밖 '둥근마을'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가 그 아이들을 '둥근마을'아이들이라고 아파트 아이들과 구분해 불렀던 있었던 이유는... 그 아이들에게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난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파트단지 아이들이 깨끗하고 화려한 왕자, 공주같은 옷을 매일 매일 갈아입고 만화가 그려진 운동화에  노란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올때 '둥근마을' 아이들의 옷과 신발 그리고 머리,  손 마디마디엔 그 어린 나이의 또래 아이들도 알 수 있는 가난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아파트 단지 부모들은 '둥근마을' 아이들과 놀지 말라며 성화였고... (모르긴 몰라도 내 귀한 자식과 같은 반을 다니고 있는 '둥근마을' 아이들에 대하여 학교에 항의하러 온 부모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가 없어지면 모두 둥근마을에 가면 있다는 소문도 아이들 사이에선 돌았으며... 어린 아이들에게 길건너 둥근마을은 절대로 가면 안되는 금단의 구역이었다. 나도 이렇게 소소한 오래전 일들을 기억하지만 실제로 한번 가보지도 못한 '둥근마을'에 대해 떠올려 보자면 무서운 깡패형들이 지저분한 골목길을 지키고 있을 것 같은 상상속의 이미지 뿐이다.

벌써 30년이 흘렀다. 지금의 나는 그 아이들의 옷과 머리에 묻은 것이 더러운 흙과 먼지나 때가 아니라 '가난'이었으며, 그 아이들의 성적과 태도가 '무식'과 '불량'이 아닌... 역시 '가난'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둥근마을'과 그 '아이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코흘리개 꼬마였지만 국민학교라는 생애 최초의 사회생활 속에서 가졌던 그 부끄러운 '편견'의 시선... 다수의 소수를 향한 '차별'과 '무시'... 그 부끄러운 경험을 평생 잊지 않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둥근마을'의 기억은... 평생 내가 가지고 가야할 죄책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