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연을 쫓는 아이'들은 없었다. 상식

지난주 일요일 KBS스페셜 <인간의 땅, 아프카니스탄 - 살아남은 자들>을 우연히 봤다.
작년말 올초 침 질질 흘리며 봤던 <누들 로드> 이후로 TV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푹 빠져서 보기는 오래간만이었다.

"옷도 음식도 총알도 부족한 그들의 삶은 갈수록 탈레반과의 경계가 희미해져간다. 탈레반이었다 경찰이 되기도 하고, 경찰이었다 탈레반 편에 서기도 하고..."  - KBS스페셜 사이트 중-

US 군인 아저씨가 한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구호품을 나눠주고 있다.(딱 '기브 미 쵸콜렛' 풍경이다) 아이들에게 볼펜(볼펜으로 뭘 하라는 건지...)을 나눠주며 "어제 준 볼펜은 어쩌고 또 달라는거야?"란다. 어제 준 구호품은 밤 사이 탈레반이 와서 다 태워버렸다는 걸 알면서 물어보는 심보는 또 뭐냐. 그래도 아이들은 "이제 탈레반 안줄께요 또 주세요" 라며 맑게 웃는다.

뭐냐! 애들한테 아프카니스탄 이승복 스토리라도 바라는게냐... 볼펜 하나 안 뺏기려고 "난 탈레반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장열히 죽기라도 하란 말이냐.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낮에는 국군이 와서 빨갱이 잡는다고 사람들 죽이고 밤엔 빨치산이 산에서 내려와 반동들 잡는다고 사람들 죽이고... 여기나 저기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당최 어쩌란 말이냐.

오만한 세계경찰 미국을 등에 업은 부패하고 무능한 아프카니스탄 정부와 경찰...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종교적 대의를 내세우며 여성탄압과 자살테러를 일삼는 탈레반... 테러리스트 잡느다며 폭탄을 쏟아부어 놓고 민간인들의 희생을 '오폭'이라는 말로 넘어가는 미군... 굶어 죽고, 총 맞아 죽고, 폭탄에 죽고 그렇게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작년에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나서 뭔가 찜찜했던 기분이 다시 생각났다. 두꺼운 책인데도 뭔가 술술 넘어가며... 주인공이 불쌍해 보이고 뭔가 감동스러운 듯 하지만 영 찜찜했던 이유는...

아마도... 소설속 착한 놈, 나쁜 놈이 너무 분명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참 요즘 소설치고 보기 드물게 '편가르기'가 확실 했던것 같다. 아프카니스탄 정치 상황에 대한 작가의 인식은 어린 나이에 해외로 망명했던 딱 그 시기 그 감정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듯 하다. 뭐 그러니까 미국에서 그렇게 잘팔리고 좋은 평가를 얻었겠지...

뭐 이해는 간다.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던 주인공이 소련군을 피해 비참하게 도망치며 해외를 전전하다 미국에 망명... 그리고 소련이 물러간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탈레반... 어린시절 누리던 부와 행복을 빼앗아간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겠지

어쨌건 본론으로 돌아와...<인간의 땅>은 5부작 이란다. 제발... 아무리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해도 <누들 로드>때 처럼 매주 제때 편성도 안되고 중간에 한달씩 마뜨고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KBS야... KBS야... 시청료 강제로 받아가면 제발 시청률 신경쓰지 말고 이런 개념있는 프로그램은 소신있게 편성 좀 해줘라 아님 시청료를 받질 말던가!